IWC 시계 헤리티지와 파일럿 워치 컬렉션 및 전시 관람 후기

시크님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하해탈입니다🥹

오늘은 시계 이야기, 그것도 우주로 가는 로켓, 어린왕자.. 그리고 시계 이야기를 들고 왔어요.

스스로를 '워치메이킹 분야의 엔지니어'라고 정의하는 IWC..

슬로건부터가 'IWC. Engineered.'

평소에도 보석을 다듬는 고운 손이 아니라 극한을 견디는 기계를 설계하는 머리가 IWC의 정체성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IWC가 7월 2일부터 15일까지 더현대 서울 5층 EPIC SEOUL에서 'Next Space Age: 새로운 우주 시대' 전시를 열었다고 해서 시크먼트 에디터 세션으로 다녀왔습니다.

시계와 우주라니... 이 조합만으로도 덕후는 이미 반쯤 설득당한 채 입장했는데, 나올 때는 완전히 넘어가 있었어요.

그럼 오늘의 수다 시작합니다.

레지고


1. IWC 파헤치기 - 미국인 엔지니어가 스위스에 세운 시계 회사

IWC의 시작은 럭셔리 워치 업계에서도 꽤 독특해요. 1868년, 미국 보스턴 출신의 워치메이커이자 엔지니어인 플로렌타인 아리오스토 존스(Florentine Ariosto Jones)가 스위스 샤프하우젠에 '국제 시계 회사(International Watch Company)'를 세웁니다. 스위스 명문 시계 브랜드 중 창업자가 미국인인 곳은 IWC가 유일하다시피 해요.

존스의 발상은 당시로선 파격이었다고 해요.

미국식 산업 생산 기술과 스위스 장인의 손기술을 한 지붕 아래 결합하겠다는 것.....

그래서 그는 다른 시계 산업이 모여 있던 프랑스어권 제네바나 쥐라 지역이 아니라, 스위스 북동쪽 독일어권 국경 도시 샤프하우젠을 골랐다고 합니다. 라인강의 수력으로 공장을 돌릴 수 있었거든요...

지금도 IWC는 독일어권 스위스를 대표하는 매뉴팩쳐로, 제네바의 우아함과는 결이 다른, 조금 더 무뚝뚝하지만 스마트한.. 공학적인 감성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2. 컬렉션 파헤치기

그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게 컬렉션 구성이에요.

1939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회중시계급 정확도의 손목시계'를 주문하면서 태어난 포르투기저...

지중해의 우아함을 담은 포르토피노, 1976년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가 디자인한 항-자성 스포츠 워치 인제니어, 그리고 파일럿 워치.....

화려한 주얼링보다는 크로노그래프와 캘린더 같은 실용 컴플리케이션, 그리고 소재 혁신으로 승부해온 메종인데요,

특히 티타늄과 세라믹을 업계에서 가장 앞서 시계에 도입했고, 세라믹의 강도와 티타늄의 가벼움을 합친 독자 소재 세라타늄(Ceratanium®)까지 만들어냈는데, 이번 전시에서 실제로 경험 해 볼 수 있었습니다.


3. IWC의 파일럿 워치

그리고 이번 전시의 뼈대인 파일럿 워치를 파헤쳐 볼게요. IWC는 1936년 첫 스페셜 파일럿 워치를 내놓으며 이 장르의 문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1940년에는 항법사가 장갑 낀 손으로도 조작할 수 있게 지름 55mm짜리 거대한 크라운을 단 관측시계를 만들었는데, 이게 오늘날 빅 파일럿 워치의 원형이라고 합니다.

1948년 영국 공군을 위해 만든 마크 11은 조종석 계기판의 자기장으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연철 이너 케이스를 갖춘 전설의 군용시계로, 이후 모든 파일럿 워치의 교과서가 됐다고 하고요 ㅎㅎㅎㅎ

전시 입구의 '90 Years of Aviation Legacy' 벽에는 1936년부터 2025년까지 이 연대기가 쭉 걸려 있는데, 90년간 하늘과 함께 자란 유산이 이번엔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했답니다.


4. IWC 그리고 우주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전시장 한가운데, 우주정거장이 있었다는 점인데요!

전시 공간 자체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헤이븐-1(Haven-1)'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고 해요.

번외로 헤이븐-1은 IWC의 브랜드 파트너인 우주 기술 기업 Vast가 개발 중인 차세대 상업용 우주정거장인데, 스펙 패널을 읽어보니 탑승 인원 4명, 높이 10.1m, 직경 4.4m, 가압 공간 80m³, 궤도는 지상 425km. 캘리포니아 롱비치 본사에서 핵심 시스템을 결합하는 최종 통합 단계에 있고, 2027년 발사를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그 주 구조물을 재현한 원통형 모듈이 전시장 한복판에 놓여 있어요...

해치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 가득 별이 쏟아지고, 둥근 창 너머로 지구가 보입니다..!

잠깐이지만 과장 조금 보태자면 정말 궤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ㅎㅎ 인스퍼레이션4와 폴라리스 던 같은 역사적인 민간 우주 비행 임무를 조명하는 콘텐츠도 이 동선 안에 함께 녹아 있고요.

그리고 여기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 등장해요. 제가 우주정거장 모듈 앞에서 손목에 차봤던 그 하얀 시계, 파일럿 벤처러 버티컬 드라이브(Pilot's Venturer Vertical Drive, Ref. IW328601)입니다.

우주를 테마로 예쁘게 만든 시계가 아니라, 유인 우주 비행을 위해 처음부터 새로 설계된 최초의 툴 워치예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조작 방식이었어요.

우주비행사가 가압 슈트에 두꺼운 장갑까지 낀 채로 선외활동을 하는데, 그 손으로 조그만 크라운을 돌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IWC는 크라운 대신 베젤을 돌려 시계의 모든 기능을 조작하도록 만들었어요!! 특허 출원 중인 회전 베젤 시스템이래요. 생각해보면 1940년 빅 파일럿의 거대한 크라운도 '장갑 낀 손'을 위한 설계였으니, 86년 만에 같은 문제를 우주 버전으로 다시 푼 셈이죠. 이런 게 진짜 브랜드의 일관성 아닐까요?

소재는 화이트 산화지르코늄 세라믹과 세라타늄, 밴드는 부드러운 러버...

우주정거장이 90분마다 지구를 도는 탓에 하루에 일출을 열여섯 번 보게 되는 우주비행사를 위해 다이얼은 UTC/GMT 기준 24시간제로 설계됐고요, Vast 엔지니어들이 진동과 압력, 헤이븐-1 환경 호환성까지 검증해서 'CERTIFIED FOR HAVEN-1' 인증 마크가 찍혀 있었답니다. 손목에 올려보니 매트하고 가벼운 게, 장신구가 아니라 장비라는 느낌. 이런 감각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5.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엔지니어링

'Engineered to Travel Back in Time' 섹션에서는 좀 소름이 돋았어요. 퍼페추얼 캘린더 프로셋(Perpetual Calendar ProSet) 이야기인데요.

여기에도 IWC다운 역사가 깔려 있어요.

1985년, IWC의 전설적인 워치메이커 쿠르트 클라우스(Kurt Klaus)가 다빈치 퍼페추얼 캘린더를 발표하는데, 이게 당시 업계를 뒤집어놨거든요.

날짜, 요일, 월, 윤년, 문페이즈가 전부 기계적으로 연동되어 크라운 하나만 돌리면 모든 표시가 함께 넘어가는 구조. 항목마다 코렉터를 따로 눌러야 했던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의 문법을 혼자서 다시 쓴 발명이었어요.

다만 40년간 풀지 못한 숙제가 하나 남아 있었죠. 앞으로만 돌릴 수 있고, 뒤로는 못 돌린다는 것. 날짜를 하루라도 지나치면 그대로 멈춰 세워두거나 서비스센터행이었어요.

프로셋은 바로 그 마지막 숙제의 답이라고 느꼈답니다.

크라운을 반대로 돌리면 문페이즈를 포함한 모든 캘린더가 뒤로도 돌아가는, 세계 최초의 양방향 조정 퍼페추얼 캘린더라니...

새로 개발한 특허 다섯 개가 들어간 기어 모듈 덕분이고, 문페이즈 정확도는 1,040년에 하루 오차래요...!

1985년 클라우스의 발명에서 2026년 프로셋까지, 40년에 걸쳐 하나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셈이에요. 이 뚝심이 IWC라는 브랜드를 한 줄로 요약하는 것 같아요.

전시장에는 이 캘린더 무브먼트를 사람 얼굴만 하게 확대한 모형과 부품 분해도가 있었는데, 플렉시블 핑거, 프로그램 휠, 별 모양 요일 휠 같은 부품이 층층이 쌓인 걸 보고 있으면 이게 곧 하나의 작은 우주구나 싶었다는... (과다몰입...ing)


6. 우주덕후도 반한 어린왕자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 우주 덕후인데....

제 사랑 오브젝트 사이에서도 제 눈은 자꾸 어린왕자 쪽으로 갔어요.....

여기엔 IWC만의 애틋한 서사가 있었거든요...

파일럿을 위한 시계를 만들어온 브랜드에게, 실제 비행사였던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보다 어울리는 뮤즈가 있을까요?

생텍쥐페리는 우편 비행 시대의 개척자였고, 1944년 정찰 비행에 나섰다가 지중해 상공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

하늘을 나는 시계를 만드는 메종과 하늘에서 사라진 작가...

IWC는 그의 후손들과 20년 넘게 협업을 이어오며 어린 왕자 컬렉션을 대표 시리즈로 키워왔고, 이번 전시는 그 협업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컬렉션의 매력은 숨은 위트라고 봅니다.

겉은 점잖은 딥 블루 다이얼의 파일럿 워치인데, 뒤집으면 케이스백 로터 위에 별을 바라보는 어린 왕자가 금빛으로 조그맣게 새겨져 있어요.

빅 파일럿 43 투르비용 르 프티 프린스,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까지, 기술의 정점에 선 시계일수록 어딘가에 반드시 어린 왕자 한 조각이 숨어 있더라구요.

최고 난도의 컴플리케이션과 동화 한 페이지를 한 손목에 담는 것....

그 위트가 이 컬렉션의 진짜 기술이라고 느꼈습니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흐르는 몰입형 영상 '어린 왕자와 시간을 탐험하는 오디세이'도 놓치지 마세요🙏

어린 왕자가 손바닥 위에 IWC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받아 드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있었답니다.

포토존의 은색 어린 왕자 피규어도 얼마나 귀엽던지, 얼굴에 대고 한참을 놀았어요.

제가 착용해본 건 포르토피노 문페이즈 르 프티 프린스였는데, 블루 다이얼 속 해와 달 위에 작은 어린 왕자가 앉아 있어서 여성 손목에도 부담 없이 사랑스러웠고요.


나오는 길엔 'Pick Your Planet. Discover Your Reward.'라고 적힌 캡슐 뽑기 기계까지. 럭셔리 워치 전시에서 가챠라니, 이런 디테일에 약한 저는 그저 행복했습니다....💕


전시정보도 남깁니다!

- 전시명 : Next Space Age: 새로운 우주 시대

- 기간 : 2026년 7월 2일(목) ~ 7월 15일(수), 7월 13일 정기휴무

- 장소 : 더현대 서울 5층 EPIC SEOUL

- 운영 시간 : 월~목 오전 11시 ~ 오후 7시 / 금~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30분

아쉬움이라면 딱 하나. 파일럿 워치 특성상 큰 사이즈가 많아서, 제 손목에 꼭 맞는 아담한 모델을 더 만나봤다면 싶었어요. 그래도 하늘을 날던 파일럿의 시계가 우주정거장 인증을 받기까지의 90년을 한 공간에서 훑고 나면, 그런 아쉬움쯤은 별빛에 묻히더라구요 🥹🥹 (제 내면의 서정성 뽑아내기 Max..)

1868년 라인 강변에 공장을 세운 미국인 엔지니어부터 2027년 궤도에 오를 우주정거장 인증 시계까지. IWC는 결국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손목 위에 기록해온 엔지니어의 여정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해탈

하해탈

badge

해답은 탈탈 털어 사는 것, 꽂힌 것에 대한 집요한 단상을 선보입니다.

목록